지난 토요일, 아버지 생신파티를 위해 가족들이 용유도에 모였다.
사실 그냥 집에서 간단하게 촛불 불고 식사 하면 되는데, 굳이 용유도 까지 간 이유는..
바다를 바라보며 야외에서 맛있는 고기를 구워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용유도에 방문했었을 때 보다 꽃들이 제법이나 많이 자랐다.
장마가 지나는 동안 제대로 피지 못한 꽃들이 햇빛이 나니까 너도나도 꽃을 피우기 바빠 보인다.
조금은 삭막해 보이는 바닷가 보래사장에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예쁜 꽃들.
신림동에서 함께 출발한 우리 가족들, 점심을 애매하게 먹은 터라 배가 많이 고프다.
일단 고기 부터 호일 위에 얹는다.
트레일러 안에 있는 차콜이랑 장작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이렇게 그냥 번개탄에 호일 깔고 고기를 굽는 것 보다는 차콜이나 장작으로 숯을 만들어서 고기 굽는 게 훨씬 맛있는데,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 자신을 책망하며 차콜이랑 장작 생각은 잠시 머리속에 묻어둔다.
이모네 밭에서 뜯어온 싱싱한 야채와 장독대에서 꺼낸 묵은지.
작년에 주말농장을 하면서도 느낀거지만 야채는 직접 키워서 먹는 야채의 그 맛을 절대 사먹는 야채가 따라올 수가 없다.
고기는 서서히 익어가고, 바로 앞 바다풍경에 조금은 감성적으로 변해본다.
고기와 함께 캠핑소세지인 왕쏘도 한 상 차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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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는 고기랑 밥을 따로 담아 독상을 차지했다.
밥을 떠 먹여 주려고 하면 난리가 나는 로코.
혼자 알아서 먹으라고 이렇게 앉혀 놓으니까 고기만 골라 먹는다.
편식하면 안좋은데.. 고기맛을 알긴 아나보다.
서울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쌈과 장.
위에 있는 사진은 개똥쑥이라는 이름을 가진 쑥 종류의 야채인데, 항암효과가 뛰어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은 이렇게 생으로 먹기가 힘든데, 이모가 개똥쑥을 키우고 계셔서 이렇게 쌈으로 먹을 수 있었다.
아래 장은 함초로 만든 장.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인 함초로 장을 담구셨다는 외삼촌.
맛은.. 조금 쌉쌀한데,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아무튼 귀한 음식인 건 확실하다.
깻잎에, 개똥쑥을 넓게 펼치고, 그 위에 고기와 소세지를 함초장에 찍어 먹으니 정말 맛이 기가 막히다.
개똥쑥의 그 독특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데, 쓰지 않으면서도 고기의 느끼함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없애준다.
물론 개똥쑥도 좋고, 함초장도 좋지만 이런 자리에는 곡주가 빠질 순 없다.
순한 맛 소세지에 이어 매운 맛 소세지까지 투입~
왕쏘라는 캠핑소세지인데 정말 양을 많이 보내주셔서 아버지 생신파티의 생일상이 덕분에 푸짐~해 졌다.
왕쏘 리뷰는 https://www.chadorri.com/?p=9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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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무니,
본인 사진은 안찍어 주고 계속 고기랑 소세지만 찍는다고 버럭 하신다.
소세지를 따로 사온 건 아니고 블로그 체험단으로 받은거라서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많이 찍긴 했는데,
내가 너무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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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부지.
본인 생일(생신)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고기를 구우신다.
뭐든지 본인 손으로 직접 해야 맘이 편한.. 그런 성격 때문이신 것 같다.
고기랑 소세지를 왕창~ 먹고는 외삼촌이 칼국수를 내 오셨다.
바지락 칼국수인데 함초가 들어간 함초 바지락 칼국수.
함초로 칼국수를 끓이는 건 용유도에서 외삼촌이 원조라고 하신다.
장사가 좀 더 잘 되시면 좋을텐데..
어쨌든, 고기를 엄청 많이 먹은 터라 칼국수를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먹기 시작한다.
국수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로코.
호주도 국수종류는 엄청 좋아하는데, 여름성경학교 떄문에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칼국수를 다 먹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역시 우리 가족은 잘 먹는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
저녁 먹은 걸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생신축하 파티를 진행한다.
케익에 초를 꼽고, 가족들 다같이 모여 아버지의 58번째 생신을 축하해 드린다.
근데 초를 큰거 다섯개, 작은거 8개 꼽으려고 하니까 그냥 큰거 5개만 꼽으라고 하신다.
조금씩 더 나이드는 게 싫으신 눈치다.
이제 2년만 더 지나면 예순이시네…
조금씩 어두워진 하늘에 갈매기 떼가 무리지어 날아간다.
이제는 서로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그래도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해 드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독일에서 지내는 하리가 이렇게 함께 해서 더욱 소중했던 시간.
가족은 함께 해야 그 소중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자주 함께 하는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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