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천옛날학교 캠핑장을 다시 찾았다.
옛날학교 캠핑장은 작년 가을에도 가봤던 곳인데, 거의 반년만에 다시 찾게 된 곳.
원래 정말 좋은 곳 아니면 한번 갔던 곳은 웬만해서는 다시 가지 않는데 이곳은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좋았던 곳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방이가 있어 다시 찾았다.
방방이는 4계절 이용 가능하고, 여름에는 수영장까지 이용이 가능하기에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는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월악산 산자락에 자리잡은 옛날학교 캠핑장.
1층짜리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캠핑장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학교 안쪽에는 교실캠핑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민박도 가능하다.
텐트가 없다면 교실캠핑을 이용하며 조용하게 지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짜잔~
내가 옛날학교 캠핑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운동장 한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나 크고 울창한지, 나무 그늘속에 들어가면 따로 타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실제로 이번에 1박 2일동안 캠핑하면서 따로 타프는 치지 않고 그냥 돔텐트 하나만 달랑 쳐놓고 생활을 했었다.
비 소식만 없다면 간단모드로 여름철에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12시 조금 넘어 도착해서 한시간이 조금 안되어 세팅을 마쳤다.
타프도 안쳤는데 테이블이랑 이것저것 세팅하다보니 나름 시간이 많이 걸린듯.
텐트도 다 치고 했는데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렇게 일찍 온것도 아닌데 서울쪽에서 오는 차가 많이 막히나보다.
평일에 이렇게 혼자서 텐트 쳐 놓고 조용하게 지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테이블까지 세팅을 마친 후에는 간단하게 라면으로 허기를 채운다.
나는 육개장, 호주는 도시락, 로코는 튀김우동이다.
지정이가 없으니까 음식은 최대한 간단하게. 비록 간단하긴 하지만 김치와 함께 먹는 캠핑장에서의 컵라면은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나다.
밥먹는 동안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었던 나무그늘.
나무가 워낙에 커서 가운데 쯤에 텐트를 쳐 놓으면 하루종일 나무그늘 속에서 시원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라면을 다 먹고 나니 사람들이 한 두 팀씩 도착하기 시작한다.
만석은 아니었지만 나무그늘이 시원한 13~20번 사이트에 다들 자리를 잡는다.
내가 머물렀던 15번 사이트가 나무그늘이 제일 좋긴 한데 사이트가 좀 좁다.
큰 텐트를 칠거라면 나무그늘도 진하면서 사이트가 널찍한 16번 사이트가 제일 좋을 것 같다.
라면도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놀 시간이다.
호주랑 로코녀석, 방방이보다 수영장이 더 좋은가보다.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입수~
말이 입수지 사실 물이 그리 깊지는 않다.
아이들의 무릎 높이까지 오는 물높이라서 아이들끼리 놀기에도 무리가 없다.
첨벙첨벙 그냥 가벼운 물놀이 정도 할 수 있는 수영장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끼리 잠깐 놀으라고 하고 나는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맥주를 한잔 한다.
캠핑장에서 세팅 다 해 놓고 릴렉스체어에 앉아 마시는 맥주 한잔의 맛은 언제나 좋다.
잠깐동안 나만의 쉼을 가진 뒤 나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뛰어든다.
아빠가 오니까 신난 호주랑 로코.
다른 아이들도 놀고 있었는데 엄마/아빠가 물에서 같이 안놀아 주니까 괜시리 나한테 물총을 쏘면서 같이 놀자고 시비를 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물총 챙겨올걸.
아이들이 쏘는 물총을 맞아만 주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물을 얼마에 한번씩 교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정말 깨끗했다.
이번주에 새로 수영장을 오픈했다고 하는데, 우린 정말 운이 좋은듯.
캠지기분께서 수영장을 자주 왔다 갔다 하시면서 나뭇잎이나 벌레 사체같은 부유물들은 계속 제거를 해 주셔서 깨끗한 상태가 잘 유지되는 것 같았다.
캠핑 사이트는 파쇄석, 가운데 잔디밭, 그리고 방방이와 수영장까지 갖춘 이곳.
수영장에서 애들이랑 얘기하다보니 이곳에 몇 번 와 본 아이들이 제법 됐다.
한번 와 본 사람들은 다시 찾아올만한 이유를 갖춘 캠핑장이다.
컵라면을 먹은 지 2시간 정도밖에 안지났지만 수영하고 나니 허기가 져서 바로 백숙을 삶았다.
캠핑장에서 해 먹기 편한 음식중 하나, 백숙.
닭을 씻어서 같이 들어 있는 백숙용 재료들을 넣고 푹 끓여주기만 하면 끝~
잘 익은 후에 소금만 찍어먹으면 되니까 백숙만큼 편한 음식도 없는 것 같다.
다 먹은다음에는 칼국수 면을 넣어서 칼국수까지 끓여 먹으면 최고인데…
칼국수를 깜빡하고 안챙겨왔다. 다음부터는 칼국수 꼭 챙겨야지.
백숙을 다 먹고 나서는 집에서 준비해 온 미로찾기를 하기 시작한다.
로코꺼는 뭐 크게 어렵지 않은데, 호주꺼는 쉽지가 않다.
이리 저리 방향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쭈욱 이어가 보니 하트 안에 ‘사랑 애’ 자가 그려져 있다.
중국 사람이 만든건가? 이런 걸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
잠깐 퍼즐을 하는듯 싶더니 아이들은 방방이로 뛰어간다.
그냥 방방이가 있는 캠핑장, 수영장이 있는 캠핑장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이곳은 참 멋진 곳이다.
호주의 얼굴에서 이렇게 밝은 웃음을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듯.
내가 좀 힘들더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좀 더 자주 나가야겠다.
방방이까지 신나게 뛰고 와서 땀을 뻘뻘 흘리던 아이들.
둘이서 씻고 오라고 보냈더니 싸우지도 않고 잘 씻고 온다.
아직 해가 저물지도 않았는데 이녀석들 벌써부터 잠옷차림이다.
월악산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해가 금방 저문다.
저녁메뉴는 고기~
밥이라도 해 줄까? 물어보지만 애들은 그냥 고기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근데.. 숯을 피워서 고기 굽기가 너무 귀찮아서 결국 그냥 후라이팬에 구웠다. ㅋㅋㅋ
정말 깜짝 놀랜건 후라이팬에 구운건데도 너무 맛있었다는 거.
어느새 밤이 깊어갔고, 호주랑 텐트안에서 미로찾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낮에 했던 미로찾기랑은 차원이 다른 미로찾기.
밤에 텐트에서 영화같은걸 보는 것도 좋지만, 불을 켜놓고 애들이랑 머리를 맞대면서 미로찾기를 하는 것도 제법 좋았다.
담번에는 좀 더 어려운 미로찾기로 준비해 가서 밤을 지새워봐야겠다.
토요일 낮에는 조용했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닭 우는 소리가 늦잠을 방해한다.
그렇다고 닭한테 가서 조용히 하라고 해도 말을 들을 것도 아니고… 흑…
어라? 그런데 호주는 옆에서 잘 자고 있는데 로코가 없다.
이녀석 도대체 어디 간거지?
이런..;;;;
아침부터 아빠한테 말도 안하고 집나가서 놀고 있는 꼬맹이.
방방이가 좋긴 좋은가보다. 로코 뿐만 아니라 캠핑 온 애들이 다 모여있다.
집에서는 유치원 가라고 해도 잘 일어나지도 않는 녀석들이…
로코도 찾았으니 이제 화장실로~
옛날 학교에서 쓰던 그 화장실 그대로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긴 한데 좌변기에 휴지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따로 챙겨야 한다.
샤워실은 온수 빵빵~
볼일을 보고와서는 아이들을 위한 아침을 준비한다.
뭐 그래봤자 된장찌개에 어제 먹다 남은 고기가 전부긴 하지만…
비록 차린건 없지만 맛있게 아침을 먹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설거지는 뜨거운 물이 안나와서 패쓰.
고기를 먹었는데 찬물로 설거지 할 수는 없다. 어차피 그릇도 얼마 없어서 집에 가서 하기로 결정.
옛날학교 캠핑장이 다 좋은데 개수대에 온수가 안나오는건 정말 아쉬운 점이다.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에는 온수가 꼭 나오길….
설거지는 됐고,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후다닥 짐정리를 한다.
짐정리 하는 동안 로코가 닭이랑 토끼사진을 찍어왔다.
이제는 혼자서 사진도 잘 찍고 로코도 참 많이 컸다.
시원한 나무그늘 덕분에 철수할 때도 그리 많이 덥지 않았다.
나무그늘 밖으로 나가면 덥지만 나무그늘 밑에서 바람이 솔솔 불면 지금이 여름이 맞나? 싶을 정도다.
정말이지 시원한 나무그늘이 너무나도 고마운 순간이었다.
캠핑장을 떠나기 전에 호주랑 둘이서 한장 찰칵~
로코는 옆집에서 라면 얻어먹고 있는 중. ㅋㅋㅋ
정말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제천 옛날학교 캠핑장을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방방이가 있어서,
수영장이 있어서,
잔디밭이 있어서,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밝은 미소가 있어서 행복했던 1박 2일이었다.
2 Comments
아이들이랑 좋은시간 보내셨군요 차도리님 !
ㅇㅇ 애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냈쥐.
고기가 너무 맛있었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