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일 수요일.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호주가 다니는 정릉초등학교에서는 이날 가을운동회를 열었다.
나야 어차피 야간근무니까 가을운동회에 참여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아마 다른 아빠들은 휴가까지 내고 참여했을 것 같다.
대부분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운동회는 토요일에 많이 하는데.. 조금은 이상하다.
9시부터 시작된 운동회.
부모님들을 모셔놓고 전교생이 간단한 댄스로 운동회는 시작되었다.
색깔을 예쁘게 맞춰입은 초등학생들이 춤추는 모습은 정말 너무 귀엽다.
비단 호주 뿐만 아니라 아이들 전체가 잘 하든, 못하든 움직임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다.
방과후 활동 중에 과학반이 있나보다.
본격적인 운동회 시작에 앞서 물로켓 발사 시험이 있었는데, 정말 대단했다.
물로켓이 올라가는 높이가 거의 100m 에 달한다고 한다.
옛날에 내가 물로켓 만들던 시절에는 발펌프로 열심히 펌프질하고, 발사대도 따로 없었는데, 정말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요즘엔 컴프레샤로 공기 압축해서 발사대에 걸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쑝~ 하고 날라가는 좋은 시대.
하지만 나는 손으로 잡고 발로 밟아서 쏘는 옛날 물로켓이 더 좋다.
아빠가 온 걸 확인한 호주.
완전 신났다.
첫 순서는 1학년 어린이들의 개인달리기 시간.
호주가 두 번째 레인에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다.
7명의 아이들 중에서 가장 앞으로 뛰쳐 나오는 우리 호주.
그런데 중간 정도까지 온 호주가 갑자기 중심을 잃더니 넘어지고 만다.
아빠가 앞에서 보고 있는 걸 알고 1등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걸까?
비록 넘어졌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승선까지 달려온 우리 호주.
결국은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보니까 손바닥도 까지고, 팔꿈치도 까지고 무릎도 까졌다.
긴바지를 입고 있어서 무릎쪽이 심하게 안다친건 정말 다행이다.
다음으로 이어진 행사, 박터트리기 게임.
청군과 백군이 콩주머니를 던져 각자의 박을 먼저 터트리는 그런 게임이다.
운동회에서 빠질 수 없는 코너.
개인달리기에서 넘어지면서 의기소침해진 호주, 콩던지는 모습이 다른 아이들처럼 즐겁지만은 않다.
억지로 하나씩 던지는 콩주머니.
아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던져도 굳게 닫힌 박은 터질 생각을 안한다.
그나마 백팀의 박이 더 먼저 터지려고 하자 백팀 아줌마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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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먼저 터진 청팀의 박.
안에 뭐라고 써 있는 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아무튼 우리팀 박이 먼저 터지니까 기분은 좋다.
마지막에 “이루어진다” 라고 써 있는 거 보면 아마도 “꿈은 이루어진다.” 라고 써 있는 듯.
각 학년년별로 진행되는 운동회.
운동장 곳곳에서 다양한 게임들이 진행됐다.
학부모참여 줄다리기도 있었는데, 내가 줄을 당기느라 사진은 없다.
결과는 우리팀(청팀)의 승리~!
3판 2선승을 했는데, 두판을 내리 청팀이 이겼다.
박 터트리기도 이기고, 줄다리기도 이기고.. 청팀이 계속 이기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
청팀 아이들도 자기네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은지 응원도 열심히 한다.
백팀 애들은 제대로 응원도 안되고 별로 관심도 없어보인다.
아마 호주가 백팀이었으면 별로 운동회에 참여하는 맛이 안났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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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코너는 사제동행 달리기 대회.
호주가 청팀 1학년 대표로 뽑혀서 달리기를 준비하고 있다.
달리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대표로 뽑아주시고.. 호주가 선생님한테 잘 보였나보다.
운동장 반 바퀴를 달리는데, 중간에 훌라우프를 돌리고 가야 한다.
훌라우프 돌리기 전까지는 뒤쳐지는 우리 호주.
개인달리기때도 봤지만, 호주는 스타트가 조금 느린 편이다.
하지만 훌라우프를 후다닥 돌려버리는 우리 호주.
집에서 맨날 훌라우프를 열심히 돌리더만 운동회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결국은 훌라우프를 빨리 돌린 덕분에 먼저 결승점에 들어간다.
하지만 릴레이 게임이라서 다른 아이들까지 다 같이 잘 달려야만 청팀이 승리할 수 있는 상황.
청팀이 이기기만을 바라는 호주의 모습.
아마 청팀 어린이들, 그리고 엄마아빠들 모두 호주랑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하지만 마지막 청팀 주자가 코너에서 넘어지면서 일어나질 못하고,
호주가 참여한 사제동행달리기 경기는 아쉽게도 백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나저나 마지막에 달린 청팀 남자아이는 좀 괜찮으려나..
사제동행 달리기 경기에 이어 운동회의 꽃, 계주경기도 진행이 됐다.
비록 호주가 참여하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청팀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말 흥미 진진하게 구경한 계주경기.
아쉽게 계주경기도 백팀의 승리로 끝났다.
백팀 아이들이 달리기 하나는 잘하는 듯.
운동회의 마지막은 포크댄스로 끝이 났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짝을 바꿔가면서 춤을 추는 포크댄스.
1학년인데도 벌써부터 남자아이들과 춤을 추는 게 조금은 어색한 것 같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계속해서 짝이 바뀌면서 열심히 포크댄스를 추는 우리 호주.
조금은 어색해 하면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마지막은 엄마와, 아빠와 함께하는 포크댄스 시간.
나도 호주랑 같이 춤을 췄는데 사진이 없다. ㅡ.ㅡ;;
지정이가 내 사진좀 많이 찍어주면 좋을텐데…
호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처음 참여한 가을운동회.
청팀이 50점 차이로 전체 합산 점수에서 이겨서 기분은 좋았지만 백팀이랑 동점으로 끝났으면 더 훈훈했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호주가 학교에서 달리기 대표로도 뽑히고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고, 내년 가을운동회 때는 또 어떤 즐거운 일들이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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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포스팅을 보면서 느낀게…
1. 호주를 보면서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는데 조금 있으니 이제 내가 조만간 학부모 입장에서 저렇게 참여하면 기분이 어떨까…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네요.. 쿄쿄쿄~ 부끄~~
2. 달리기도 저렇게 깨끗이 사진이 나오다니.. 부러비~~~
아주 즐거운 하루.. 흐뭇한 하루였을거 같네요..
저는 릭소님의 댓글을 보면서 느낀게..
1. 30년 전의 기억이 그렇게 떠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2. 같이 열심히 달리면서 찍으면 흔들림 없이 찍을 수 있어요. ㅎㅎ
아빠 달리기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젊은아빠티좀 낼 수 있었는데~ 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