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용산 전자상가에 다녀왔다.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곳이라서 버스정거장부터
전자상가까지 걸어가는 길은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하다.
그런데 4월에 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역사를 새로 고쳤다.
전에는 너무나도 지저분하던 곳이 서울역사처럼 너무 깨끗하고 멋있어졌다.
새로 지은 역사를 보며 산뜻한 마음으로 전자상가를 향해 걸어가는데..
내 눈 앞에는 진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노숙자들이다.
모두들 하나둘씩 자기 짐을 둘러 메고 점심 급식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끝없이 이어져 있는 배식 라인..
사람들은 점심 급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서 있었다.
그날은 좀 특별한 날이었나보다.
치약, 칫솔, 수건, 비누, 샴푸 등이 들어 있는 세면도구 세트도 함께 나누어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안타까운 건.. 그렇게 점심 급식을 받고, 선물을 받는 노숙자들이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감사’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들에게 따뜻한 밥을,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나누어주는 이들에게 감사할만도 한데..
글쎄, 분명 그들 중에 몇몇은 끝없는 감사속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의욕을 상실한 것 같아 보였다.
놀랍게도.. 노숙자아저씨들께 배식을 하고, 선물을 나누어 주시는 분들의 얼굴에는 정말..
‘행복’이라는 단어가 씌여 있는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 시간에 돈을 벌면 더 벌었을 텐데…
그들은 그곳에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것들을 나누고 있었다.
자신의 것들, 그리고 다른 분들로부터 받은 후원금들로 다른 사람을 섬기고, 나누고 있었다.
그분들은 나눔의 삶을 살고 계셨다.
오늘도 용산역 한쪽 귀퉁이에서는 그분들이 열심히 봉사하고 계시겠지.
나는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얼마나 나누며 살 수 있을까..
나보다 낮은 자들에게 어떻게 섬기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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